1. <퍼펙트 블루> 제목 의미
<퍼펙트 블루>는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애니메이션입니다. 곤 사토시 감독은 퍼펙트 블루의 제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동명의 원작 소설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썼으며 제목에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퍼펙트 블루>라는 제목을 보면 바로 의미가 파악되는 게 아니라 수수께끼처럼 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파란색이 주된 색조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파란색은 정신을 상징하는 색깔이기도 합니다. 해석에서 더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퍼펙트 블루>가 정신, 즉 '아이덴티티'를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제목의 의미가 와닿을 것 같습니다.
2. 줄거리
주인공 '키리고에 미마'는 아이돌 그룹 'CHAM(참)'의 멤버였지만 성적 부진으로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미마'는 내심 아이돌로 남고 싶었지만 소속사 사장의 압박과 당시 일본의 아이돌 빙하기로 인해 매니저 '히다카 루미'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배우로서 '미마'가 맡게 된 첫 작품은 사이코 스릴러 TV 드라마 <더블 바인드>이었습니다. 인지도 없는 여배우 '미마'에게 주어진 대사는 단 한 줄, "당신은 누구죠?"
'미마'는 <더블 바인드>에서 연기를 하면서 점차 정체감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마'는 매니저 '루미'의 도움으로 '미마의 방'이라는 사이트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미마'는 '미마의 방'에 들어가서 자신의 팬인 듯한 누군가가 작성한 글을 읽는데 자신이 마트에서 구매한 물품이나 지하철에서 내릴 때 내딛는 발의 위치 등 자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작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미마'는 자신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소름 끼치는 스토커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미마'는 인지도 없는 배우로서 어쩔 수 없이 누드 화보를 찍게 되고, <더블 바인드>에서 성폭행 당하는 연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후에 사진 작가와 드라마 작가가 괴한의 습격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미마'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소름 끼치는 스토커와 마주하게 되고, 스토커가 자신을 위해 사진작가와 드라마 작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스토커는 심지어 아이돌이 아닌 '미마'는 가짜라며 배우인 '미마'마저 죽이려고 합니다.
(스포)
정신을 잃은 '미마'는 자신의 방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방 안의 물건들이 마치 아이돌 시절의 자신의 방으로 보여 흠칫 놀라게 됩니다. 방을 이렇게 꾸민 사람은 사실 '미마'의 옆에서 '미마'를 지켜보며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인 매니저 '루미'였습니다. 아이돌 가수에 동경을 품고 있던 '루미'는 '미마'의 매니저를 하면서 자신이 '미마'라는 환상에 사로잡혔고, 배우가 된 '미마'를 죽임으로써 자신이 대신 아이돌 '미마'가 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유명한 추격 장면이 시작됩니다. 자신이 '미마'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루미'는 달리던 트럭에 몸을 던지고, 차에 치이기 전 '미마'가 '루미'를 구해냅니다.
시간이 흘러 유명한 배우가 된 미마는 정신병원에 찾아갑니다. 거기서 여전히 환상에 사로잡힌 루미를 볼 수 있었습니다. 미마는 루미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돌아옵니다. 차 안에서 미마는 백미러를 보고 '난 진짜 미마야'라고 말합니다.
3. 해석
<퍼펙트 블루>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해 다룬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 가수가 꿈이라면 모두 무대 위에 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게 되지만 사실 이것은 일부 상위 아이돌의 모습일 뿐이고 결국 인지도를 얻지 못하고 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미마'처럼 배우로 전향하면 손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마'는 배우로 전향하고 나서 오히려 그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어려움(누드 촬영, 성폭행 연기 등)을 겪게 됩니다. 만약 아이돌로서의 이상적인 모습만을 상상하고 어 '미마'도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정신병원에 갇힌 '루미'처럼 자신의 망상 속에서 일생을 허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돌은 영단어 idol 즉, 우상에서 비롯된 우상적인 존재를 뜻합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진짜 나'는 '이상화된 자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인걸 받아들이라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이 되는데 조건이 붙는다면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것 아닐까요? 내가 생각하는 '진짜 나'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