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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사건-아니 에르노

by 밍러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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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아니 에르노의 '사건'은 2000년에 발표된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입니다. 2021년 개봉한 '레벤느망'이라는 영화의 원작으로도 알려진 책입니다. '사건'은 낙태가 불법이던 프랑스에서 23살 대학생 아니 에르노가 임신 중절을 겪은 이야기입니다. 100페이지 남짓 되는 중편소설 길이의 글이고, 문체가 군더더기가 없고 건조하고 냉철한 편이라 낙태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페이지가 빨리 넘어갔습니다. 아니 에르노가 이 글을 쓴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인 '임신 중절'을 어둠 속에서 바깥으로 꺼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여성들의 위상이 남성보다 아래에 있다면 여성들의 이야기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작가 소개

 

 아니 에르노는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주로 자전적인 글을 쓰는데,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합니다. 아니 에르노 글의 특징은 길이가 짧은 편이며,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건조하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합니다. 불륜, 낙태 등 남들에게 말하기 민감할 수 있는 일도 묘사합니다. '단순한 열정'(1992)이라는 제목의 글은 아니 에르노가 러시아 외교관과 불륜을 했던 경험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로 아니 에르노를 처음 접했던 터라, 작가가 아들이 있는 유부녀로서 불륜을 하는 내용인 '단순한 열정'을 읽고 '프랑스가 엄청 자유분방한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프랑스 문단에서도 '단순한 열정'에 대해 공격과 비난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아니 에르노가 이처럼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하는 데는 글쓰기가 사적 경험을 사회의 진실로 환원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사건' 느낀 점

 '사건'은 줄거리 자체가 중요한 소설은 아닙니다. 마치 일기처럼 당시 그녀가 느꼈을 생각들이 쓰여져 있어 읽는 동안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임신한 그녀가 겪는 호기심, 모욕, 비참함, 신체적 고통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임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다 보니, 그녀와 사랑을 나눈 남학생의 태도가 무책임하게 느껴졌고, 그런 남학생에게 기대거나 요구하지 않는 아니 에르노가 의아하고 솔직히 바보 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프랑스가 계급 사회라는 게 글에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아니 에르노는 임신으로 인해 자신이 가난한 자들과 동등한 위치로 떨어져버렸다고, 실패자가 되어버렸다고 씁니다. 낙태를 하고 출혈이 심해 수술실로 실려갔을 때도 아니 에르노는 자신을 노동자 계급으로 오인한 의사에게 모욕적인 취급을 당합니다. 이후 그녀가 대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는 그녀가 자신들과 같은 사회에 속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을 후회합니다. 아니 에르노는 임신을 하고 수많은 모욕적인 일들을 당하지만 외과의사가 수술실에서 내뱉었던 말에 가장 분노하는 게 느껴졌습니다(그녀는 이름을 알았다면 밝혔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아니 에르노가 피를 쏟고 있었을 동안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던 정치학과 학생은 이 모든 것에 대해서 그녀가 글로 쓰기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일상적인 삶을 누렸을 것입니다. 사랑을 나눌 때 동등한 쾌락을 나누지만 임신의 책임을 한쪽만 지고,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자를 옥죄는 감옥처럼 느껴집니다. 레벤느망의 주인공 '안'은 임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자만 걸리는 병에 걸렸어요. 그건 여자를 집에만 있게 만드는 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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